5장. 책임과 메시지
핵심은 모듈 내부의 속성과 행동이 어떤가보다는 모듈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가 이다.
사회 실험 중 한 명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판단하면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결과가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책임감 분산이라고 불렀으며, 사건에 대한 목격자가 많을 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실험해서는 실험자들이 도와줘야하는 명확한 책임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타인의 책임으로 간주해버린다. 즉, 명확한 책임과 역할을 지닌 참가자들이 협력에 참여해야한다는 것이다.
자율적인 책임
객체지향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자율적인 객체이다. 객체들은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협력하고, 과정에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객체가 요청을 받는 경우에만 어떤 행동을 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을 책임이라 한다. 즉, 자율적인 객체란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각 맡은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를 의미한다.
객체가 책임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할당되는 책임이 자율적이어야한다.
다시 앨리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왕은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는 요청을 보낸다. 이때 왕은 증언을 수행하기만 하면 어떤 방법으로 증언하는 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모자 장수는 증언 방식이나 내용은 스스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왕이 더 구체적으로 증언을 요구한다면 모자 장수는 자유의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당할 것이며 자율적인 책임 수행이라 볼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모자 장수의 자율성을 너무 높여 왕이 너무 추상적인 요청을 보내는 것도 문제이다. 이러한 경우 협력에 참여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추상적이어야 한다. 협력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자율적인 책임의 특징은 객체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증언에 대해서 모자 장수는 어떻게 증언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고 무엇을 증언하는 지가 중요한 것 처럼. 이러한 어떻게는 모자 장수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객체가 책임을 통해 행동을 수행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요청을 전송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걸 우리는 메시지라 부른다.
메시지와 메서드
객체는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객체에 접근한다. 이렇게 객체의 행동을 유발하는 행위를 메시지 전송이라 한다. 메시지에는 송신자와 수신자가 있으며, 메시지에는 메시지를 가르키는 이름과 추가적인 정보로써 인자가 존재한다.
메시지를 수신받은 객체는 우선 해당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지 확인한다. 근본적으로 메시지는 책임의 개념과 연결되어 객체가 수행할 책임의 모양을 결정한다.
메시지 송신자는 수신자가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 지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메시지만을 통해 의사소통을 전달할 뿐이다. 이를 통해 객체 간 서로의 자율성이 보장되며 객체의 외부와 내부가 분리된다.
이렇게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메서드 라 한다. 객체는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메서드를 선택한다. 결국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대응되는 특정 메서드가 실행되는 것이다.
메시지와 메서드의 차이와 관계를 이해하면 다형성을 이해할 수 있다. 다형성이란 서로 다른 객체가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 서로 다른 메서드를 이용해 동일한 메시지를 처리하는 매커니즘이다.
메시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수신자가 결정하므로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서도 다형성을 가질 수 있다. 서로 다른 객체들이 다형성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객체들이 동일한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송신자의 관점에서는 메시지들이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다형성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객체들 사이에서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객체 지향 용어를 사용하자면 다형성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에 객체 타입에 대한 결합도를 메시지에 대한 결합도로 낮춤으로써 달성된다. 이러한 다형성으로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 높은 특징을 가질 수 있다.
송신자가 수신자에 대해 매우 적은 정보만으로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은 설계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첫째, 협력이 유연해진다. 메시지만 이해한다면 어떤 수신자든 상관없다. 이는 어떤 수신자로든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둘째,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확장할 수 있다. 송신자에게 영향없이 수신자를 교체할 수 있기에 세부적인 수행 방식도 쉽게 수정할 수 있다.
셋째,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재사용할 수 있다.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 수신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기에 다양한 문맥에서 협력을 재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메시지로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결합도를 낮춤으로써 가능하다.
메시지를 따라라
객체지향의 기본은 책임을 수행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협력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메시지를 사용한다.
클래스가 코드를 구현하기 위한 추상화 도구일 뿐이며 객체 지향의 핵심은 클래스가 아니라 객체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에서 나온다.
메시지가 아닌 데이터 중심으로 객체를 설계하는 방식은 데이터-주도 설계 라 부른다. 하지만 객체의 내부 구조를 객체 정의의 일부로 만들기 때문에 객체의 자율성을 저해한다. 결국 객체 외부에서도 객체 내부 구조의 변경이 가능해질 수 있다.
결국 데이터에 대한 결정을 뒤로 미루면 객체들의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생각해야한다. 좋은 객체지향 설계는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가와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설계의 중심에는 메시지가 위치한다. 객체가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책임-주도 설계 는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협력하는 객체들을 이용해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기본 아이디어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적절한 역할, 책임, 협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시스템이 수행할 책임을 객체의 책임으로 할당하고, 이러한 책임을 위해 어떤 메시지가 필요할 지 결정한다. 이후 수신하기 적합한 객체를 선택한다. 결과적으로는 메시지가 수신자의 책임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를 What/Who 사이클 이라고도 한다.
객체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란 어떤 두 사물이 마주치는 경계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이어주는 방법이나 장치다. GUI, API 들의 I 가 모두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사용법만 익히면 내부 구조나 동작 방식을 몰라도 조작이나 의사 전달이 가능하다.
둘째, 인터페이스 자체는 변경하지 않고 단순히 내부 구성이나 작동 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은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셋째, 대상이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사용자는 동작 원리에는 관심없고 내부와 외부가 철저히 격리된다는 뜻이다.
인터페이스의 구현의 분리
추상적인 인터페이스에 관해서는 자율적인 책임과 유사하다. 너무 구체적인 메시지라면 객체의 수행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추상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 수신자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
최소 인터페이스 주의는 외부에서 사용할 필요가 없는 인터페이스는 최대한 노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최소로 유지해 가능한 적은 양만 외부에 노출해서 내부가 수정되더라도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객체지향에서 내부 구조와 작동 방식을 가리키는 고유 용어가 구현이다. 객체를 구성하지만 공용 인터페이스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것이 구현에 포함된다. 객체의 내외부 분리는 결국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명확히 분리하는 말과 동일하다.
좋은 객체란 구현을 모른 채 인터페이스만 알면 쉽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객체를 의미한다. 이것은 설계 시 객체 외부에 노출되는 인터페이스와 내부에 숨겨지는 구현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인터페이스와 구현의 분리 원칙이라 한다. 이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소프트웨어는 항상 변경되기 때문이다.
객체의 자율성을 보존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구현을 감추는 것을 캡슐화라고 한다. 다른 말로 정보 은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객체는 상태와 행위를 한데 묶은 후 외부에서 반드시 접근이 필요한 행위만 골라 공용 인터페이스를 통해 노출한다.
책임의 자율성이 협력의 품질을 결정한다.
모자 장수의 책임이 자율적이든간에 결국 책임만 다하면 된다. 근데 왜 자율성이 중요할까??
첫째,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을 단순하게 만든다. 왕은 협력을 위해 구체적으로 묻지 않고 증언하라만 요청하면 된다. 이를 통해 협력을 단순하게 만들고 적절히 추상화 되는 책임을 만든다.
둘째, 자율적인 책임은 모자 장수의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분리한다. 자율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기에 외부에서는 방법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이는 곧 내부와 외부의 분리를 뜻한다.
셋째, 책임이 자율적일 경우 책임을 수행하는 내부적인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애초에 외부에서는 내부의 방법을 신경쓰지 않기에 책임만 다한다면 상관이 없다. 이를 통해 객체 간 결합도가 낮아진다.
넷째,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의 대상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왕의 입장에서는 증언이라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면 모자장수든 토끼든 상관없다. 이를 통해 객체가 다양한 문맥에서 재사용될 수도 있다.
다섯째,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들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역할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책임들이 명확해지고 객체를 이해하기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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